2015년 3월 28일 토요일

토쿄에서

일본 겨울 여행 2011
02/20/2012 12:06 pm

일본의 수도 토쿄에는 빈틈이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짜여진 게임 프로그램 속의 도시와 같다.
토쿄는 대도시에 익숙한 사람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하다.
 속에서 이른 시간 부터  늦은 시간 까지     없이 모든게 바삐 돌아간다.
땅값 집값 물가 생활비 모든 것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위로 자라도록 다듬어 놓은 가로수 은행나무가 살짝 그로테스크하지만
거리는 쓸고 닦아 깨끗하다.


도시로 여행을 떠날  내겐 별로 특별한 목적이 없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그런 일상적인 자리에서 잠시 벗어   있음이 목적이랄까.
내가 지구의  구석에서 숨쉬며 스스로의 남은 인생을 세고 있는 동안
 가까이건 혹은 멀리서건
 다른 누군가 숨쉬며 각자 나름 대로의 생을 겪고 있음을 목격하여 확인 하는 ..?
혹시 그런게 도시 여행의 목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어떤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나는  어떤 사람이 걷던 길을 걸어서 그가 음식을 먹었던 식당 의자에 앉아
아마도 조금쯤은 닮은 마음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닐까.


도심 복판에 위치한 추키지 시장은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린다.


생선 야채 과일  .소매상가들이 모여 있고


세계 최대  하나로 꼽히는 어시장참치 경매장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시장기와 함께 입맛 까지 달랠  있는 작은 음식점들이 군집해 있는 것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다른 이유다.


최신 전자 제품이 빼곡한 쇼핑의 거리이며 오다쿠 문화의 중심지인 아끼하바라에도


토쿄의  모습을 간직한 아사쿠사의 센소지 사찰  기념품이 가득한 전통 시장 거리에도


맛있고 싸고 푸짐한 그러면서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토쿄 속의 지방 음식이 존재한다.


높이 솟은 마천루의 무리와
공중을 연결하는 고가도로건물과 건물거리와 거리를 잇는 육교,
하루 이백만명 이상이 오고 가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기차역 신주꾸,


커피 한잔에 US$10.00 정도는 써야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쇼핑의 거리 긴자,


밤이면 불빛 따라 반짝이는 부와 젊음과 환락의 거리 로퐁기,
이것들이 토쿄를 대표하는 모든건 아니다.



일본의 천황이 사는 궁을 비롯해 곳곳에 에도 시대의 성이 있고

일본의  종교인 불교의 절이 공원 만큼이나 흔하게 눈에 띄며

수미다 강변을 따라  건물과  반짝반짝 새로 지은 유리 건물이 공존하고
옛날에 강을 건너던 원래의 다리와 새로 생긴 길이 함께 쓰이고 있음을 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아니라 땅도 보이지 않는 빌딩의 숲에서
큰길샛길다리 뒷골목을 누비며 고개를  쳐들고 구경을 하지만
그래도 만나서 반가운  사람이다.
토쿄 사람들은 괭장히 바쁘다.
그러나 통하지도 않는 말로 길을 묻는 낯선 사람에게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기울여 듣다가 손짓 발짓 그리고 눈치로  답을  주려 애쓴다.
친절하다.
사실 한번은  생긴 젊은 경찰 아저씨가
굳이 초소 까지 들어 가서 시내 지도를 가지고 나와
직접 보여주며 친절한 안내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시간을 헤매고 결국 목적지를 찾지 못한 일이 있긴 하다.

친절하려 애쓰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토쿄의 지난 날과 오늘을 만든 장본인이며
어딘가 모르게 절제된 친절함,
그것에 의지해서 구석구석 마음 놓고 돌아다닐  있는 것만으로도


토쿄는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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