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우리집 정원사 토니


정원사라니까

집의 넓은 정원을 관리해 주는
 gardener 가 연상된다.

그리고, 우리는 커다란 저택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는 wealthy family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평범하고
그럭저럭 욕심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중산층 서민이다.




이가 한살 반이 되었을 이사를 온게
1994 2월이니 20년이 되었다.

당시 젊은 나이에
모아 놓은 돈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한살 짜리 아들이 뛰어놀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았다.












벽돌집, 꽃나무로 둘러 싸인 넓은 마당,

봄이 되어 개나리를 비롯하여
미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예쁜 색의 꽃이 피고

나무 아래 잡풀과 덤불이 우거진 곳에
숨어 있는 새끼 고양이는 얼마나 귀여운지..







크러진 가시 나무 가지를 대충 다듬고
마당에 아이를 위해 그네 세트를 설치했었다.

햇빛 가득한 마당에서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는게
행복 자체였던 때였다.








문제는 여름이 가까워 오면서 생겨 났는데 도시 생활에 젖은 우리 부부가
도무지 잔디 관리를   모른다는 거였다.




해보려고
잔디 깎는 기계를 구입하고
잔디씨를 샀다.

매주 한번씩 잔디를 깎으러 옆집에 오는
정원사의 하는 양을 따라

땡볕에서 잔디 깎는 흉내를 내던
우리는
머지 않아 포기를 했다.





할일이 너무 많아서다.

잔디를 깎는   아니라 줘야지 맞춰 거름 뿌려야지잡초 솎아 내야지..



디를 깎고 쓰레기 봉지에 쓸어 담고 주느라
황금 같은 여름 주말에 외출 한번 못하고
얼굴이 새까맣게 버린 거다.

.. 우리 조금만 아끼기로 하고 정원사 쓰자..
헤헤헤...

그렇게 해서 토니가 우리집 잔디를 맡기로 하고
20년이 지나간다.






리집 정원사 토니는 포르투갈 사람이다.

매년 겨울 고향에 다녀 온다.

오늘 2013 마지막 낙엽 청소를 끝내고
토니가
춥다’  한다.

따뜻한 고향 포르투갈에 가려고
여름  열심히 일하는 토니..







 겨울엔 고향에 안가니..?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요즘 유로가 말이 아니고
일단 손에 없는데
고향은 무슨..

이젠
고향 가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웃음을 웃는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자식과 우리 자식은 어른이 되고

토니의 82년생 추럭과
 96년생 자동차가
같이 낡았다.







 보니 토니의 얼굴도 많이 늙었다.

간혹 아프고,

땝때 자식 문제  문제 때문에
수심이 늘고,

고향 얘기에 웃었다 찡그렸다 하면서
보낸 세월 탓이겠지.







익숙한 관계..

토니가 너무 늙어서
우리집 잔디를 깎아 주러 오지 못한다고 할까 

지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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