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 정원사라니까
큰 집의 넓은 정원을 관리해 주는
gardener 가 연상된다.
그리고, 우리는 커다란 저택에서
부유한 생활을 하는 wealthy family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평범하고
그럭저럭 욕심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중산층 서민이다.
아이가 한살 반이 되었을 때 이사를 온게
1994년 2월이니 20년이 되었다.
당시 젊은 나이에
모아 놓은 돈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한살 짜리 아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았다.
작은 벽돌집, 꽃나무로 둘러 싸인 넓은 마당,
봄이 되어 개나리를 비롯하여
미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예쁜 색의 꽃이 피고
키 큰 나무 아래 잡풀과 덤불이 우거진 곳에
숨어 있는 새끼 고양이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
엉크러진 가시 나무 가지를 대충 다듬고
마당에 아이를 위해 그네 세트를 설치했었다.
햇빛 가득한 마당에서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는게
행복 그 자체였던 때였다.
잔디 깎는 기계를 구입하고
잔디씨를 샀다.
매주 한번씩 잔디를 깎으러 옆집에 오는
정원사의 하는 양을 따라
땡볕에서 잔디 깎는 흉내를 내던
우리는
머지 않아 포기를 했다.
할일이 너무 많아서다.
잔디를 깎는 것 뿐 아니라, 물 줘야지, 때 맞춰 거름 뿌려야지, 잡초 솎아 내야지..
잔디를 깎는 것 뿐 아니라, 물 줘야지, 때 맞춰 거름 뿌려야지, 잡초 솎아 내야지..
잔디를 깎고 쓰레기 봉지에 쓸어 담고 물 주느라
황금 같은 여름 주말에 외출 한번 못하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 버린 거다.
야.. 우리 조금만 아끼기로 하고 정원사 쓰자..
헤헤헤...
그렇게 해서 토니가 우리집 잔디를 맡기로 하고
20년이 지나간다.
우리집 정원사 토니는 포르투갈 사람이다.
매년 겨울 고향에 다녀 온다.
오늘 2013년 마지막 낙엽 청소를 끝내고
토니가
‘춥다’ 고 한다.
따뜻한 고향 포르투갈에 가려고
여름 내 열심히 일하는 토니..
일단 손에 쥔 게 없는데
고향은 무슨..
이젠
고향 가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헛 웃음을 웃는다.
그의 자식과 우리 자식은 어른이 되고
토니의 82년생 추럭과
내 96년생 자동차가
같이 낡았다.
간혹 아프고,
땝때 자식 문제 돈 문제 때문에
수심이 늘고,
고향 얘기에 웃었다 찡그렸다 하면서
보낸 세월 탓이겠지.
익숙한 관계..
토니가 너무 늙어서
우리집 잔디를 깎아 주러 오지 못한다고 할까 봐
지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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