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블루스.. 책상은 책상이다
피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를 처음 읽은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어릴 적, 집에서 어린 아이 뜀박질로 일이분 거리에 헌책방이 있었다.
일일이 기억할 수 조차 없이 많은 책을 헌책방에서 빌려 읽었는데,
때론 주인의 묵인 하에 책방에서 서서 읽고, 쪼그리고 앉아 읽고
어림 잡아 평생 내가 읽은 책의 삼분의 이는 그 헌책방에서 읽은 걸 거다.
그래서 내 기억 속의 책들은 모두 앞뒷장이 떨어져 나가거나
아주 낡은 누런 책들, 말 그대로 헌책들이었다.
그런데 ‘책상은 책상이다’ 는
매끌매끌한 겉장으로 싸여진 하얀 새책을 사서 읽었으니
내가 자유로이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사는 나이,
대학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부터 나는 ‘책상은 책상이다’ 의 狂팬이 되었다.
피터 빅셀의 얇은 단편집 속에서 숨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동일인이었으니까..
어려서 부터 나는 수학 문제에 공식을 쓰지 않고 문제를 풀었다.
외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식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 저절로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자기술을 배우려면 타자기 작동의 원리 부터 파악하고
재봉기술을 배우려면 재봉틀의 기계적인 세세한 부분을 다 안 연후에 바느질을 시작하고
운전을 하기 위해 운전학원 보다 자동차 정비를 먼저 학습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컴퓨터라는 매체를 사용하기 위해 정식으로 학부에 등록하고 학점을 땄다면 이해가 될지..
그리하여 나는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마치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처럼 괴팍하고 답답한 그러면서 순수하고 착한..
모든 걸 처음 부터 끝 까지 혼자 한다는 것이 타인과의 단절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문제 마저도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는
孤立不辭고립불사의
무모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
‘책상은 책상이다’ 속의 인물들은 사회에서 소외 당하여 외로운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의 급한 흐름 속에 무작정 자신을 던져 넣을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을 지탱해 줄 진리와 원칙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아.. 그런데, 나이가 드니 용기가 사라지려 한다. 슬픈
yoky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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